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 지금 현장
꿈의 시네마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조각까지, 2026년 디자인의 화두
왜 이 한 편인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매년 트렌드 발표의 장으로 소비되지만, 2026년 행사에서는 Bêka & Lemoine·9sekunden의 영상 큐레이션과 플라스틱 베이커리의 재활용 주조 기법이 겹치며 하나의 신호를 만든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 습관이 오프라인 행사로 역수입되는 동시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산호 형태의 조각으로 재정의되는 흐름—이 두 축이 모두 '소재와 감각의 재발견'으로 수렴하는 시점을 포착하기 위해 오늘 이 편을 골랐다.
현상
매년 4월, 디자인 산업의 나침반이 밀라노를 가리키는 시간이 돌아왔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은 올해도 전 세계 브랜드, 디자이너, 큐레이터를 이탈리아 밀라노로 불러 모았다. 이번 행사에서 두드러지는 흐름은 두 갈래다. 하나는 영상 큐레이션을 전시 언어로 끌어올린 'Cinema of Dreams'—Bêka & Lemoine, Louisiana Channel, 9sekunden 등의 단편영화와 인터뷰 영상을 매일 갱신되는 프로그램으로 엮었다. 다른 하나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녹이고 주조해 산호초와 해양에서 영감 받은 조각적 액세서리를 만든 오브젝트 위드 네임(Object with Name)과 플라스틱 베이커리(Plastic Bakery)의 협업이다. 행사장 밖 영국에서는 섬유 작가 니콜라 터너(Nicola Turner)가 요크셔 조각공원의 18세기 채플 종탑에서 양모와 말총을 발코니와 네이브 전체로 흘러내리게 설치하며 또 다른 물성 실험을 펼쳤다.
해석
세 작업이 겹치며 만드는 신호는 하나로 수렴한다. 소재와 감각의 재발견. 디지털·AI 기술이 디자인 프로세스를 재편하는 시점에, 역설적으로 가장 강하게 호출되는 것은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질성이다. Cinema of Dreams는 팬데믹 이후 축적된 디지털 콘텐츠 소비 습관을 오프라인 전시 경험으로 역수입했고, 플라스틱 베이커리는 '친환경 레이블'에 기대지 않고 소재 자체의 물성—녹고, 굳고, 층위를 형성하는 과정—을 조형 언어로 삼았다. 니콜라 터너의 설치는 요크셔의 석조 건물이 지닌 수직성과 빛의 각도까지 설계에 끌어들임으로써 다른 장소에서는 재현될 수 없는 장소 특정형 작업으로 완결된다. 알고리즘이 형태를 제안할 수 있어도, 말총이 채플 종탑에서 흘러내릴 때의 감각이나 플라스틱이 녹아 산호가 되는 순간은 스크린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2026년 밀라노는 그 간극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