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자리는 비워두세요
좋은 제품은 자기 자랑을 멈추고 사용자를 무대에 올립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앱을 좋아해서 쓰는 게 아닙니다. 그 앱을 쓸 때의 자기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씁니다." — Kathy Sierra
AI 시대에 거의 모든 제품이 "우리 AI가 다 해드립니다"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지갑을 여는 건 그 자랑이 아니죠.
현상
2025년 말 Notion AI는 한 번에 20분씩 자율로 일하는 에이전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Cursor는 실행 전에 사용자가 계획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Plan 모드를 핵심으로 키웠습니다. 같은 AI 생산성 시장인데 한쪽은 도구가 무대에 올라가고, 다른 쪽은 사용자를 무대에 올립니다. 연구진은 자동화에 기댄 사용자에게서 기술 위축 현상을 관측했습니다.
해석
제품이 주인공이 되려 할수록 사용자는 관객으로 밀려납니다. 시에라의 눈으로 보면 이건 마케팅 실패가 아니라 설계 실패죠.
Distill의 관점
캐시 시에라는 제품을 더 좋게 만들지 말고 사용자를 더 유능하게 만들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카메라가 아니라 그 카메라로 찍은 자기 사진을 사랑하니까요. 도널드 밀러의 스토리브랜드도 같은 자리에 섭니다. 고객이 루크 스카이워커이고 브랜드는 요다입니다. 배역을 바꾸는 순간 이야기에서 고객이 사라지죠.
"제품은 거울이 아니라 무대입니다. 주인공 자리는 비워두는 것이 설계입니다."
통념은 "더 좋은 기능이 더 좋은 제품"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밀크셰이크는 더 맛있게 만들어도 판매가 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산 건 맛이 아니라 지루한 출근길을 견디는 자기 자신이었으니까요.
역사 맥락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복귀 직후 고객 경험에서 출발해 기술로 거꾸로 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자랑이 아니라 사용자가 할 수 있게 된 일이 먼저였죠. 아마존은 회의실에 빈 의자 하나를 두고 그 자리를 고객으로 칩니다. 가장 중요한 주인공을 물리적으로 무대에 올린 장치입니다. 반대로 기능을 주인공으로 세운 제품들은 데모에서 박수받고 일상에서 잊혔습니다.
지금 할 일
당신의 랜딩 페이지 첫 문장을 펴 보세요. 주어가 "우리 제품"이면 주어를 "당신"으로 바꿔 다시 쓰세요. 그리고 이번 주에 사용자 한 명에게 "이걸 쓰고 나서 당신이 뭘 할 수 있게 됐나요"만 물어보세요. 답에 제품 이름이 없을수록 좋은 신호입니다.
